이상과 금홍, 만남이 없었다면 그의 삶과 문학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상과 금홍, 만남이 없었다면 그의 삶과 문학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자화상

이 세상에 지나간 일에 대한 '가정'만큼 의미없는 것도 없어보이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상 이라는 작가의 인생에서 '금홍'이라는 존재가 차지하는 영역이 매우 큰 것같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에 대한 팬심?으로) 이상이 가장 힘들었던 '바로 그 시절', 이상이 금홍을 만나지 않았다면, (금홍과 반대 급부로) 좀 더 바로 되고, 지적인, 좀 더 이상만을 올바른 방법으로 아껴줄 수 있는  여인을 만나 사랑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깊이까진 가 볼수 없고, 만나지 않았다면 어땟을까? 정도로 생각하여 정리해 보겠습니다.

폐허 속 방황, 그 끝은 달랐을까?

이상이 금홍을 만난 것은 1933년, 그의 나이 스물넷이었습니다. 그는 조선총독부 건축 기수직을 그만두고 가난과 폐결핵에 시달리며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던 시기였죠. 절친 구본웅의 도움으로 황해도 배천 온천에서 요양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금홍과 동거하며 종로에 다방 '제비'를 열었지만,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만약 금홍이 없었다면, 이상은 폐업의 충격과 악화되는 건강 속에서 더욱 깊은 절망의 늪에 빠졌을지 모릅니다. 금홍은 이상에게 삶의 활력과 동시에 격렬한 애증의 감정을 안겨준 인물이었습니다. 그녀는 이상이 절망 속에서도 문학에 매달릴 수 있는 강렬한 자극제 역할을 했죠.

금홍과의 복잡한 관계와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이상에게 현실의 냉혹함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문학적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한 원동력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격정적인 자극이 없었다면 그의 방황은 더 길어졌거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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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이상 문학'은 없었을지도

이상

경성공업고등학교 졸업사진

금홍은 이상의 대표작인 소설 『날개』와 시 「거울」, 「오감도」 등 여러 작품에 직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그녀와의 서사는 '봉별기'에 자세히 나옵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퇴폐적이고 자학적인 미학, 삶의 허무와 도덕적 타락에 대한 심오한 탐구는 금홍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심리적 갈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만약 금홍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이상의 문학 세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겁니다. 그는 다른 인연, 다른 환경 속에서 새로운 문학적 주제를 탐색했을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극단적이고 자폐적인 형태보다는, 좀 더 넓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남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는 연애와 결혼이라는 보편적인 삶의 궤적을 밟으며, 안정적이거나 또 다른 색채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을 수도 있습니다.

짧은 생, 건강과 수명에 미친 영향

금홍과의 관계는 이상의 건강에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금홍과의 복잡한 애정 관계, 그리고 그녀가 일으키는 잦은 갈등(일탈, 폭력 등)은 이상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었고, 이는 그의 지병인 폐결핵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만약 금홍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상은 감정적 소모와 경제적 압박에서 조금 더 자유로웠을지 모릅니다. 이는 그의 건강 관리에 더 도움이 되었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의 짧았던 수명(27세 요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는 더 긴 시간 동안 한국 문학사에 더 많은 발자취를 남길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인연, 다른 삶의 궤적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우리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합니다. 이상에게 금홍은 단순한 연인이 아닌, 그의 존재와 예술혼을 송두리째 뒤흔든 운명적 인연이었습니다.

금홍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인연을 맺었더라면, 이상은 전혀 다른 인물과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그의 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을 수도 있고, 혹은 그를 문학에서 멀어지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상과 금홍의 만남은 그의 인생과 문학에 있어 불가피한 하나의 사건이었고, 그 사건이 없었다면 우리가 아는 '천재 시인 이상'의 모습은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그의 고통과 방황,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독특한 문학은 어쩌면 금홍이라는 '뮤즈이자 악몽'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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