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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나를 느끼는가?] 1화, 인간은 왜 ‘느낀다’고 말할까? – 의식의 불가해성과 퀄리아 이야기

당신의친구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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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느낀다’고 말할까? – 의식의 불가해성과 퀄리아 이야기

의식은 왜 설명할 수 없을까요?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의 ‘hard problem of consciousness’ 개념과 감각의 질감인 퀄리아를 통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는 것과, 그 존재에 대해 탐구합니다.

의식의 불가해성

 

 

우리는 종종 말합니다. “괜히 기분이 이상해.” 혹은 “이건 말로 설명할 수 없어.” 이런 말들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상한 표현입니다.

느낌이 이상하다면서, 그 느낌이 정확히 무엇인지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상대방도 “응, 뭔지 알아”라고 대답하곤 하죠.

하지만 정말 알고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 모두, 알지 못하는 걸 서로 공감하는 척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런 질문은 우리를 의식이라는 주제로 이끕니다.

인간은 왜, 어떻게 '느낀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감정이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요? 과학은 이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 본 글은 블로그 시리즈 [나는 어떻게 나를 느끼는가?]의 1화입니다.  
인간의 감정과 의식, 인공지능과의 경계를 주제로 총 5편이 연재됩니다.  
👉 [전체 시리즈 보기]  | 다음 화: 2화, 빨간색은 왜 설명할 수 없을까?

쉬운 문제 vs 어려운 문제

의식에는 두 종류의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교적 '쉬운 문제들'입니다. ◐예를 들어, 뇌가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그 자극에 따라 신체가 반응하는 원리 같은 것들이죠. 누군가가 손을 데었을 때 손을 움찔하고, 뇌에서는 통증을 인식하는 신호가 발생하는 것. 이런 과정은 신경과학으로 점점 더 많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점점 뇌의 구조, 정보 전달 경로, 신경전달물질의 작용 등을 알아내고 있고, 인공지능도 점점 사람처럼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의 결정적인 의문이 남습니다. 우리는 "왜 그 과정을 느낄 수 있는가"입니다. 뜨거운 물건을 만지고 손을 움찔하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의 통증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 느낌. 그것이 바로 의식의 어려운 문제(hard problem of consciousness)입니다.

차머스와 퀄리아

이 개념을 주장한 사람은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David Chalmers)입니다.

그는 정보 처리, 감각 반응, 행동 유발 같은 과정은 설명 가능하지만, 우리가 왜 어떤 자극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단지 정보가 뇌에서 처리된다고 해서, 그것이 감각의 '질감'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때 등장하는 철학적 개념이 바로 *퀄리아(qualia)*입니다. 퀄리아는 한 개인이 특정한 방식으로 감각을 경험하는 질적 감각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보는 ‘빨간색’은 당신만의 고유한 감각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같은 사과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이 느끼는 빨강과 당신의 빨강은 다를 수 있고,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비슷하게 “가슴이 뻐근한 슬픔”이나 “왠지 모를 아련함” 같은 감정도 정확히 전달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퀄리아가 말로 번역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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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정말 느낄 수 있을까?

AI는 사람처럼 말하고 반응합니다.

GPT 같은 언어 모델은 감정 표현을 매우 정교하게 흉내 냅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슬펐어요."라고 말할 수 있고, 소설 속 인물의 감정을 묘사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것은 실제로 ‘느끼는 것’일까요? AI는 뜨거운 물건을 만졌을 때 깜짝 놀라는 시뮬레이션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실제로 뜨겁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 감각은 없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감정은 복잡하고, 단순한 정보 처리 그 이상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압니다.

'나는 지금 화가 났지만, 왜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의식이 단순한 기계작용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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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관찰하는 능력, 메타인지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차이는,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내가 지금 슬프구나’라는 감정을 느끼는 동시에, ‘나는 지금 슬프다고 느끼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종의 메타인지(meta-cognition)가 작동하는 겁니다. 이중의 자각은 AI에게는 아직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언어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으면서도, 그 감정을 ‘살아있음’의 증거처럼 여깁니다.

표현되지 못하는 감정, 이해되지 않는 의식의 영역은 바로 인간 존재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설명할 수 없어도 ‘느낀다’고 말합니다.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감정이 더 진짜라고 믿고요. 그런 면에서, 의식은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도망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나요?


📖 다음 이야기: [2화 – 빨간색은 왜 설명할 수 없을까? (퀄리아)]
📂 시리즈 전체 보기: [나는 어떻게 나를 느끼는가? 시리즈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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