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나를 느끼는가?] 2화, 빨간색은 왜 설명할 수 없을까? – 퀄리아와 감각의 신비
빨간색은 왜 설명할 수 없을까? – 퀄리아와 각각의 신비
‘빨강’이라는 감각은 왜 말로 설명할 수 없을까요? 철학적 개념인 퀄리아를 통해 감각 경험의 본질과 인간만의 의식 구조를 탐구합니다.
우리는 모두 빨간색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빨간색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사과 색이야”라고 말할 수도 있고, “피 색깔”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게 빨간색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진짜로 전달될까요? 당신이 보는 빨강과 내가 보는 빨강은 정말 같은 걸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색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간이 ‘감각’하고 ‘느끼는’ 방식,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고유하고 설명 불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철학적 물음입니다.
💡 본 글은 블로그 시리즈 [나는 어떻게 나를 느끼는가?]의 2화입니다.
인간의 감정과 의식, 인공지능과의 경계를 주제로 총 5편이 연재됩니다.
👉 [전체 시리즈 보기] | 이전 화: 1화,인간은 왜 '느낀다'라고 말할까? - 의식의 불가해성과 퀄리아 이야기
감각은 공유될 수 있는가?
사람은 각자 다르게 세상을 경험합니다.
누군가에겐 빨강이 따뜻한 색이지만, 누군가에겐 자극적이거나 불쾌한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색맹인 사람에게는 그 색이 회색처럼 느껴질 수도 있죠.
우리는 같은 대상을 바라보지만, 그 감각적 경험은 오직 나만의 것입니다.
이처럼 타인과 공유되지 않는 감각의 본질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퀄리아(qualia)'입니다.
퀄리아는 어떤 감각이 '어떻게 느껴지는가'에 대한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을 뜻합니다.
붉은 사과를 볼 때의 느낌,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듣는 음악의 울림, 슬픔이 목을 막을 때의 그 미묘한 무게감… 모두 퀄리아입니다.
그것은 ‘사실’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설명하려는 순간, 감각의 질감은 증발해버립니다.
'퀄리아'는 왜 설명할 수 없는가?
이 질문은 ‘지식은 곧 경험인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철학 사고실험이 있습니다. 바로 ‘메리의 방(Mary's Room)’입니다.
메리는 색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과학자입니다. 흑백 방에서 자라며, 색에 대한 모든 과학적 지식을 알고 있습니다.
빨강의 파장, 눈의 구조, 뇌의 반응까지 전부요.
그런데 어느 날 메리가 방을 나와 처음으로 빨간 장미를 본다면, 그 순간 메리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걸까요?
많은 철학자들은 "그렇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지식이 풍부해도, 빨간색을 실제로 '보는' 경험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준다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퀄리아의 신비입니다. 과학은 설명할 수 없고, 언어는 닿지 못하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감각을 이해할 수 있을까?
퀄리아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결국 ‘완전한 공감’에 도달할 수 없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느끼는 ‘슬픔’과 당신이 말하는 ‘슬픔’은 이름만 같을 뿐, 그 질감과 결은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한계는 때때로 외로움을 낳습니다. 내가 진짜로 느끼는 것을, 아무도 진짜로는 알 수 없다는 감각.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설명 불가능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결론: 빨강을 말하지 말고, 그냥 바라보라
빨간색은 설명될 수 없습니다.
단지 '느껴질' 뿐입니다. 감각은 언어로 포획되지 않고, 의식은 정의하는 순간 사라져버리죠. 그래서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그 다름 속에서 무언가 같은 것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같고도 다른 감정’이, 인간 존재의 가장 아름다운 미스터리 아닐까요?
지금 당신이 느끼는 ‘빨강’은, 어떤 느낌인가요?
📖 다음 이야기: [3화 : AI는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 인간과 기계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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