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B단조 미사곡 2화]음악으로 기도한 사람, 바흐의 B단조 미사곡 깊이 읽기
“음표로 쓴 신앙고백 – 각 악장의 구조와 상징”
바흐의 B단조 미사곡은 단순한 미사곡이 아닙니다. 각 악장은 음악적 구조 속에 신학적 상징과 인간의 감정을 깊이 새겨 넣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Kyrie’부터 ‘Agnus Dei’까지, 주요 악장을 음악적 분석과 함께 살펴봅니다.
‘믿는다’는 말을 음악으로 말하다
B단조 미사곡은 단순한 미사 텍스트에 멜로디를 붙인 것이 아닙니다. 바흐는 각 문장에 맞는 정서와 철학, 그리고 대위법적 구조를 통해, 음악으로 기도하고 노래합니다.
그의 악보를 보면, 음표 하나하나가 마치 신을 향한 고백처럼 보입니다.
🎵 주요 악장별 음악적 상징과 해석
1. Kyrie Eleison –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 느린 템포, 복잡한 대위법으로 시작합니다.
- 전형적인 3성부 푸가로, “삼위일체”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 음악 전체가 ‘자비를 구하는 간절함’을 느리게, 조용히 반복하며 무릎 꿇는 느낌을 줍니다.
🎧 패러디 출처: BWV 29 칸타타에서 가져온 주제 사용.
2. Gloria in Excelsis Deo – “하늘 높은 곳에는 하나님께 영광”
- Kyrie의 절제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밝고 활기찬 리듬이 중심입니다.
- 트럼펫과 팀파니, 합창이 겹쳐지며 천상의 환희를 표현합니다.
- 음악의 수직성은 “하늘”을, 음의 상하운동은 “영광의 흘러넘침”을 나타냅니다.
감상 추천: 존 엘리엇 가디너의 ‘Gloria’ 연주 (YouTube)
3. Credo in Unum Deum – “나는 한 분 하나님을 믿나이다”
- Credo는 미사곡의 중심. 바흐는 이 신앙고백을 건축적 구조처럼 씁니다.
- “Et incarnatus est(말씀이 육신이 되시어)” 부분에서는 템포가 느려지며, 음악도 하강선율로 인간이 되신 그리스도를 표현합니다.
- “Et resurrexit(그는 부활하셨다)“에서는 다시 상행선율과 빠른 템포로 변화합니다.
✍️ 구조 참고: 음악이 **‘십자가 → 부활’**의 드라마를 직접 연주합니다.
4. Sanctus – “거룩하시도다”
- 6성부로 구성된 이 부분은 천상의 성가대를 상상케 합니다.
- 리듬이 일정하고 부드러워, 마치 천사들이 반복적으로 “거룩하시도다”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 바흐는 여기서도 고대 교회 음악 스타일을 패러디하여 현대적 감동을 만들어냅니다.
5.Agnus Dei – “하나님의 어린양이여”
- 가장 내밀한 고백이 담긴 악장. 알토 솔로와 현악기가 절제된 선율을 만듭니다.
- 반복되는 “miserere nobis(자비를 베푸소서)“는 마치 울음처럼 여운을 남깁니다.
- 음악은 점점 희미해지며, 마지막 “Dona nobis pacem(평화를 주소서)”로 이어집니다.
이 마지막 요청은 단순한 끝맺음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한 기도로 확장됩니다.
바흐가 음악으로 숨겨둔 상징들
상징 요소 | 음악적 표현 예시 |
삼위일체 | 3성부 푸가, 세 번 반복 구조 |
십자가 | 멜로디의 교차점, 크로스리듬 사용 |
부활 | 빠른 상행선율, 템포 변화 |
신의 거룩함 | 반복적 화성 진행, 대규모 합창 구성 |
인간의 죄와 구원 | 느린 템포, 낮은 음역대, 간결한 솔로 라인 |
가장 좋아하는 곡 감상 추천
아무래도 가장 첫 곡(?)인 Kyrie eleison이 아직은 가장 인상 깊습니다. (agnus dei도 특유의 매력이 있지만)이 곡을 들을 때 감상은 정말 '하늘나라에 잠시 다녀온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절대자에게, 나를 가장 이해한다고 하는 존재에게 자비를 구하려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왜 나를 이 땅에 태어나게 했을까, 내가 가진 가능성은 무엇인가, 나를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다시 한번 더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꼭 한번 들어보세요!
마무리: 바흐는 철학자였다
바흐는 단순히 음악가가 아닙니다. 그는 신학자이자 철학자였으며, 음악을 통해 존재론을 표현한 사람이었습니다.
B단조 미사곡은 단지 화려한 합창곡이 아닌, 신과 인간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음악입니다.
다음 3화에서는 이 위대한 미사곡이 후대 작곡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이 곡에서 어떤 위로와 영감을 받을 수 있는지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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